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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타깃 '9억넘는 주택' 상승 못잡았다

미르공인 2020. 2. 1. 07:33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페널티 강도를 높여가며 집값 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정작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가 정한 고가 주택 수준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정책 효과를 기다리며 낙관하고 있기 보다는 대출을 옥죄고 세금을 중과하는 정부 의 현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은 주춤해도, 강북 고가 아파트 못잡아=30일 집계된 KB국민은행과 한국감정원의 통계는 다른 듯 닮아있다. 이 날 KB국민은행 리브온은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9억1216만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9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감정원은 서울 강남 4구의 주택 가격이 33주만에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감정원의 ‘주간 아파트값 동향’을 보면, 27일 조사 기준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3%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6월 둘째주 이후 33주만의 하락 전환이다.

두 통계는 얼핏보면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 듯 하다. ‘고가 주택=강남 아파트’라는 프레임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9억원의 고가 주택 기준을 넘어선 곳은 강남 뿐이 아니다. 마포와 용산, 영등포를 비롯해 최근엔 수도권의 용인과 수지 등에서도 고가 주택 실거래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감정원의 주간통계에서도 서울 전체 변동률은 0.02%로 오름폭은 줄었으나, 여전히 상승흐름을 나타냈다.

31일까지 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서울 지역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1월 한달 매매건은 186건으로 이 가운데 강남 4구를 제외한 거래건이 104건이다. 정부가 ‘초고가 아파트’ 기준으로 규정한 15억원 이상의 거래도 눈에 띈다.

광진구 자양동 ‘더샵 스타시티’의 163㎡(이하 전용면적) 이 19억5000만원에 계약을 맺었고, 마포구 서교동의 ‘메세나폴리스’ 142㎡도 이달 15억5000만원에 계약서를 썼다.

매년 말 KB국민은행이 아파트 시가총액 상위 50개 단지를 선정해 시총 변동률을 지수화한 ‘선도 50’ 지수도 지난해 1월을 100으로 했을 때, 지난달 113, 이달 113.9으로 상승 추이를 이어나갔다.

결국 두 통계는 ‘강남 지역의 오름세는 진정됐으나, 9억원 이하 혹은 15억원 이하 등 정부가 규제의 기준으로 삼은 가격 아래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도 9억원 이하는 가격이 오르고 9억원을 넘어서는 주택은 약보합을 유지할 것”이라며 규제가 덜한 곳으로 유동성이 모이는 ‘풍선효과’에 대해 언급했다.

▶9억 밑돌던 아파트, 12·16 이후 신고가=지난해 하반기까지 9억원 밑에서 주로 거래되던 강북 아파트 가운데 오히려 12·16 대책 이후 신고가를 기록한 곳도 있다. 은평구 녹번동 ‘북한산 푸르지오’ 84㎡는 지난 2일 9억3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푸르지오’ 84㎡도 지금껏 9억원을 넘긴 적이 없었으나 지난 18일 9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성북구 종암동 ‘래미안라센트’ 85㎡ 역시 지난해 말 기록했던 신고가 8억9700만원이 이달 11일 9억1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서울 아파트 5분위(상위 20%) 평균 매매가격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이 나온 지난 12·16 이후 가장 상승폭이 두드러진 것은 4분위로 한달 새 2.67%가 상승했다. 4분위 평균 가격은 12월 10억3953만원에서 1월 10억6730만원으로 상승했다.

눈에 띄는 점은 초고가 주택 기준에 들어서는 5분위마저 오름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12월 5분위 평균 매매가는 17억6158만원에서 이달 17억8446만원으로 올랐다. 상승률도 4분위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1.3%다.

문제는 앞으로다. 올해 3기 신도시 등에서 풀릴 토지보상금 규모만 45조원으로 추정된다. 유동성이 서울 아파트값을 올린 것으로 지목되는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 안정세가 규제책 만으로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전문가는 “아직 12·16대책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아, 당분간 더 주춤할 수 있겠다”면서도 “정책의 방향 자체가 고가 주택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고 털어놨다.